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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춘만]아버지의 목수 연장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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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23회 작성일 05-04-0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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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녹슬어 가는 아버지의 목수 연장들
날세워 나무를 다듬어내던
그 시퍼렇던 기세들 잦아들고
무한 명상에 들어간 듯한 모습이다.
허긴 주인이 손 놓은지 십 년
매끈하던 쟁기자루에 검버섯이 번지고
마른 먹통엔 먼지가 수북하다.
그런데 이 연장들이
마냥 잠만 자는게 아니란 걸
알았다.
대패는 대패대로
자귀는 자귀대로 잊었던 기억을 파내는데
아, 그것들의 자루를 잡으니
가슴으로 전해지는구나
아직도 집 몇 채 거뜬이 지어낼 기운같이
은근히 내 손아귀에 건네지는
아버지의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