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2000년 [시-김향숙] 늙은 아들은 간다고 큰절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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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들은 간다고 큰절을 하는데
매운 눈시울로 얼굴을 들이대고 불어본다.
바알갛게 살아나는 불씨
- 그래, 내 아들아 -
메인 목젖 겨우 열어 불 때 마다
스러질 듯 다시 살아나는 불씨
- 어디 갔다 이제 왔어 -
빛 바랜 한지 한 웅큼의 무게로 누운 어머니
눈물로도 꺼질 듯한 조그만 불씨
오 십 개도 더 되는 산맥 되넘어 유년의 세월로 가는 강변엔
우리가 부른 서로의 이름들
조약돌 오 십리가 한꺼번에 살아서 웃고
젊은 아버지 저 만치서 팔 벌리고 섰는데
늙은 아들이 간다고 큰절을 한다.
누구든 들쳐업고 뛰어라.
어디로든 내달아 한 시간을 십 년처럼 살아라.
그러나
아들이 어머니를 업고 달아날 수 없는 이유와
어머니가 아들을 업고 달아날 수 없는 이유가 서로 다르다.
늙은 아들은 간다고 큰절을 하는데
- 안 돼, 가지마 -
가물가물 불씨 하나 재 속으로 스러져가고 있었다.
매운 눈시울로 얼굴을 들이대고 불어본다.
바알갛게 살아나는 불씨
- 그래, 내 아들아 -
메인 목젖 겨우 열어 불 때 마다
스러질 듯 다시 살아나는 불씨
- 어디 갔다 이제 왔어 -
빛 바랜 한지 한 웅큼의 무게로 누운 어머니
눈물로도 꺼질 듯한 조그만 불씨
오 십 개도 더 되는 산맥 되넘어 유년의 세월로 가는 강변엔
우리가 부른 서로의 이름들
조약돌 오 십리가 한꺼번에 살아서 웃고
젊은 아버지 저 만치서 팔 벌리고 섰는데
늙은 아들이 간다고 큰절을 한다.
누구든 들쳐업고 뛰어라.
어디로든 내달아 한 시간을 십 년처럼 살아라.
그러나
아들이 어머니를 업고 달아날 수 없는 이유와
어머니가 아들을 업고 달아날 수 없는 이유가 서로 다르다.
늙은 아들은 간다고 큰절을 하는데
- 안 돼, 가지마 -
가물가물 불씨 하나 재 속으로 스러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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