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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지영희]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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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75회 작성일 05-03-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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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들 때면 나는
한 평 정도의 그물을 던져 놓는다

물고기1. 형상기억합금이 든 브라 하나를 선물 받았다
어색해 넣어두었는데
서랍을 열 때마다 울리는 소리
아름다운 가슴선을 기억하고 있는가?

물고기2. 삐삐를 친다
고향 갈 때마다 들리는 까페
바뀌어진 의자 커버 속 나에게
주인은(옷만 바뀌었다)
지난 시간들을 주문 받는다
대답도 아니하고
건너편 사무실
형광등 불빛이 쏟아내던 새하얀 와이셔츠 칼라마다
검게 닫혀 있는
우선 멈춤 속 나를 불러내 줄
그 누군가에게
삐삐를 친다

물고기3. 강바닥에 흐르는 물고기의 숨결이
살얼음으로 되살아나는 오십천
지영희 145
아열대 불면을 자른다
파닥거리는 물고기들
그물을 던진다
뻔한 영화라도 끝까지 보아야하는 짧은 속눈썹을 가진 눈과
다칠 줄 알면서도 매번 먼저 전화를 거는
습진이 숨어든 내 손끝을 위해

물고기4. 겨울,
빙구를 타러 아이들을 데리고
봉포호로 나갔다
하잘 것 없는 갈대들이
빈 대궁이만으로 바람 소리 울리고 있었다
내가 아름답지 못한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