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2001년 [시-김춘만]지갑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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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속에
몇 장의 지폐와 더불어
아무에게도 내비치지 않은
은근한 명함 한 장쯤 있다면 근사한 일이다.
누구의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은
몇 개의 지폐로 단단히 위장시킨
주소와 이름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이거나
달빛이 창에 걸려 오래도록 머무는 날
그 글자 하나 하나가 꽃잎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가지가지 색깔로 피어나던 이름
그랬다. 어느 날
생명의 소멸처럼
그것은 한 자 한 자 새처럼 날아갔다.
시든 꽃잎처럼 뚝뚝 떨어졌다.
낯선 이름의 명함으로 채워지면서.
지금 당신의 지갑 속
몇 장의 지폐 뒤에
한 십 년 묻어둔 그런 것 있다면
한 번은 확인해 볼일이다.
몇 장의 지폐와 더불어
아무에게도 내비치지 않은
은근한 명함 한 장쯤 있다면 근사한 일이다.
누구의 입에도 오르내리지 않은
몇 개의 지폐로 단단히 위장시킨
주소와 이름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날이거나
달빛이 창에 걸려 오래도록 머무는 날
그 글자 하나 하나가 꽃잎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가지가지 색깔로 피어나던 이름
그랬다. 어느 날
생명의 소멸처럼
그것은 한 자 한 자 새처럼 날아갔다.
시든 꽃잎처럼 뚝뚝 떨어졌다.
낯선 이름의 명함으로 채워지면서.
지금 당신의 지갑 속
몇 장의 지폐 뒤에
한 십 년 묻어둔 그런 것 있다면
한 번은 확인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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