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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종헌]이사(移徙)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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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38회 작성일 05-04-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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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깊게 뿌리 내렸던 정암리 집을 떠나며 이 앙 다물고
뒤도 돌아보지 않던 어머니의 무겁던 흰머리가 끝내 찾아오
는 길눈 마저 헛갈리는 낯선 아파트 단지 흔들리는 방구들에
눕혀졌다.
그날
자장가로 들리던 대추나무에 불던 샛바람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어머니 코고는 소리에 가락을 맞추던 파도소리도 들리
지 않는 성호아파트 202동 811호 이물내 나는 거실에서 어머
니는 집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아 밤새 한숨으로 날을 지새고
나는 땅바닥이 꺼져라 내쉬는 어머니 한숨소리에 하얗게 아
침을 맞았다. 거실 가득 들어온 아침 햇살에 내가 눈을 뜰 수
없었던 것은 결코 눈이 부셔서 그런 것만은 아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