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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종헌]이사(移徙)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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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38회 작성일 05-04-0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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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보따리가 실리자 어머니는 끝내 가슴 벌렁거리며
소리 없는 눈물을 비치셨다. ‘주책없이 왜 자꾸 눈물이 나
냐?’못난 아들놈 눈치가 보여 곁눈질로 연신 눈가를 비비셨
다. 그 모습이 더 가슴에 박혀 평생 가슴에 큰 돌덩어리 하나
얹고 살아야 할 죄인인 주제에 애꿎은 돌부리만 걷어차며‘그
만 갑시다.’불퉁가지를 부렸다.
못들은 척 어머니는 류머티스 관절염으로 유달리 매듭만
굵은 손으로 마당 한 귀퉁이 대추나무도 쓸어보고, 장 데리던
아궁지 굴뚝도 만져보고, 굽은 허리 가까스로 추스려 장독대
놓였던 옥상까지 기어코 올라가셨다. 무어 하나 눈에 밟히지
않는 것이 있으련만 화단 테두리로 쓰이던 옛날 집 주춧돌에
눈이 가자 기어코‘꺼이꺼이’황소 영각 켜는 소리로 울음 우
시며 주춧돌을 쓸어 내렸다.
‘고향에 한발 짝이라도 가까이 가려고 올라가다 주저앉은
게 이동네 터줏대감이 된지 60년이 되었는데, 형님마저 떠나
면 인제 누구하고 옛말하고 사누?’동네 유일하게 박힌 돌로
남는 명규 엄마 코맹맹이 울음이 더 염장을 지르는 데
60년 견고하게 내린 뿌리를 뽑아내는 몹쓸 놈은 울 수조차
없어 시뻘겋게 짓무르는 눈시울을 감추려 애꿎은 집 앞 지랄
같이 새파란 바다만 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