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1호2001년 [시-김종헌]성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02회 작성일 05-04-04 11:50

본문

어릴 적 추석 때가 되면 삿자리 둘러멘 친구, 댓병 소주 하
나 든 친구들이 즈그 아버지 뒤를 따라 줄줄이 논두렁길로 들
어섰다.
뒷산 공동묘지로 가는 그들이 돌아 올 때까지 가을볕 화사
한 뜨락에서 나는 해바라기를 했다.
“아부지, 우린 왜 산에 안 가 ?”
금화가 고향이신 아버지는 북쪽 하늘 한번 쳐다보고 긴 한
숨과 소주 한잔을 함께 삼키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다.
47년만에 든든한 아들녀석 하나 옆구리에 차고 처음 성묘
가는 길
씨줄 날줄로 엮인 무덤들 사이 밀리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
디끼며 언덕길을 오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사는 게 별게 아니구나 !’
술 한잔 붓고, 절 두 번 하고, 음복 술 한잔하고, 늙지 않기
위해 대추 한 알 우적거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채 자리잡지 못한 아버님 산소의 잔디가 맘에 걸려 자꾸 뒤
돌아 보다 또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죽는 것도 별게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