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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김춘만] 감나무를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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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3회 작성일 05-04-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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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를 바라보네


감나무 잎에 숨어서
풋감이 익어 가는 모습은
나를 떨리게 했네.

한 여름밤 미처 익지 못한 감이
대숲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어린것들의 생명을 보듬는
새의 연한 몸체처럼 자꾸 가벼워지기도 했네.

그러다가 감나무는 잎을 떨구고
주먹 같은 실체를 내 보이기도 했는데
그것이 떫고 텁텁하여
단맛이 들 첫서리 즈음까지
어디고 다녀올 수 있었네.

감은 익어 가고
그렇게 붉게 익어가고

나는 그토록 많은 감을 맺은
감나무다운 감나무를
먼데서 바라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