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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종헌]물치리 앞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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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54회 작성일 05-04-0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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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고
두 손으로 고추만 가린 채
바다로 첨벙첨벙 뛰어들어도
흉이 되지 않던 그 때
물치리 앞 바다는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넉넉한 먹거리 터였다.
머리통만한 돌들이 바다 속
옹기종기 모여 앉아
지눙아리를 기르고
놀래미를 늘 넉넉하게 품고 있었다.
물놀이에 지치면
비야에 해종일 갈아만든
노란 기저귀줄 작살하나로
놀래미도 찔러내고
지눙아리 한웅큼 우적우적 씹어대며
긴 여름을 삭여냈다.
이제 긴 방파제 만들고
눈 먼 돈 벌겠다고 횟집타운 들어서더니
일년도 안돼
온통 모래밭으로 변해
바람 궂은 날이면
막힌 핏줄 뚫으려고
시퍼렇게 날선 파도만 멍들고 있었다.

*비야 - 다리교각을 부르던 양양 지방의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