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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영섭]열정은 음악이 없어도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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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47회 작성일 05-04-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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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은 물 속에 있거나 서재의 고운 시집 곁에 빙그레 누웠거
나 장독대 후미진 정원에 가을비에 젖었어도 행인들 마다 아
름답다 한다.
「가을 回信」의“東海九曲”중의 母性과 놓아기른 물소리를 귀
담아 새기며 추연한 달빛 사이 마타리 꽃이 지천으로 피어난
태백산맥을 벗삼아 무종무시 걷다가 메밀꽃 향기에 취해서
산길 물길을 접고 머문 당간지주 절 집의 남루한 살피에 蓮花
를 피우고「마음을 재우며 보는 먼 불빛」에는 들꽃 향기가 폐
가 툇마루의 왕거미를 깨운다. 구도에의 사랑으로 삽답령을
너머 아우라지에 머물다가 황지를 짙은 안개 치마허리에 채
일 때 그녀는 정동진에서 기차를 타고 낯선 지구촌을 돌아 다
시 동해의 하슬라 땅에 돌아온다. 시인은 열정의 노래를 부른
다. 탑돌이의 춤을 춘다.
「가을 江陵行」은 시인의 앰비규티와 향기 있는 휘파람 소리가
난다. 양강지풍 통고지설의 오랜 세월의 태백의 거시적 생태
계에서 응축된 가슴 깊은 옹달샘의 마음을 읽고 일출 전 퍼
올려 장독대의 소원과 축수의 손바닥을 데우거나 지순의 강
문 소나무와 대밭을 살그머니 산책하며 굽이를 어루만지며
지즐대다가 강물처럼 휘돌아 출렁이다가 江門의 너른 바다에
솔청을 띄워 술을 빗고 풍어의 살풀이 한마당을 풀어놓는다.
가을 편지는 백설이 내리기 전에 서로의 가슴으로 새끼손을
걸어 약속처럼 미소지어 보내질 수 없었다. 기대며 눕고 뒤척
이는 칠순의 언어들이 모여있는 책갈피에는 열 아홉 순정이
기나 한 듯한 초록향기가 오죽으로 만든 단소의 휘파람 소리
를 낸다.
어릴 적 낯설은 소녀의 노랑제비꽃 반지의 선물처럼 배달되
어진 한 권 책은 이 봄 날에 무지무지 반갑다. 산과 친화되어

산이 되고픈 그래서 산에 가고 꽃이 되고 새가 되고 나무가
되고 바람소리를 닮아 고샅으로 하산하는 별과 달을 벗하여
어둠이 되고 산 문 밖에서 서성이다 무위의 입신과 그 품속에
마음을 풀어 신선이 되는 산너머 산으로 이어 내려오는 찬이
슬 방울들이 치마폭에 매달리는 새벽 그득 솔향을 담고 있지
않는가? 필사적인(desperate) 사랑의 방랑, 질박한 포구의 서
정과 저 먼 파도자락 끝난 해저음 영랑들과의 교류와 강현리
황소 울음을 듣고 새로 태어날 뚝심 있어 보이는 며느리의 진
통을 쓰다듬는 시어미의 자상한 태교를 눈빛으로 건네주다가
주문진항의 상혼들을 살피다가 슬며시 왕산골 발시린 뺑대밭
을 일구며 땀을 훔치는 현장체험으로 부엽토의 밑 힘을 훔쳐
내는 한 철의 이야기는 토지의 시인이 아닌가?
찔레꽃이 핀다. 조록싸리가 피고 더 많은 아름다운 꽃들과 대
화하고 염천의 여름. 숙요로운 가을 그리고 눈 꽃 위로 자수
정 같은 일출을 맞으러 강릉행을 결행하고 대관령 휘돌아 내
리는 굽이 즈음 21세기 또 하나의 사임당의 선시를 해후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