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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영섭]보릿골에서 들깨를 털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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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0회 작성일 05-04-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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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골에서 들깨를 털다가
가을 적삼에 꼭지 떨어지고
산토끼 물 마시러 쑥대밭 내려오다가
산밑에 밭 꿩 울음에
혼비백산하여 갈풍지 뒤로 내 퉁기는 뒷모습은
내 어릴 적 훔쳐내던 계란이
주머니 속에서 털썩하는 기분이다.

부지깽이도 뛴다는 가을의 짧은 해
서릿바람에 쭈빗대는 몰골들이 시사롭지 않다.
억억대는 돈벼락은 자갈 논밭 전지 안 떨어지고
범모랭이 바위 구멍 부엉새 울음은 앞 뒷산을 돌아
머리카락을 세우도록 메아리쳐 크게 들리는 거야?
산 꼬댕이 절 집 땡초는
능살 맞게 한글 공양 테이프의 볼륨을 키우는 거냐?.

눅어서 안 빠지는 깨알은 까막까치나 주지
도리깨질 성깔 나게 쳐야 된 허리만 욱신거린다.

보릿골에서 들깨를 털다가
깻그루에 턱 꿰인 신발이 혀를 차네

고래싸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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