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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영섭]가면과 가면의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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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95회 작성일 05-04-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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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 해 간지 돌아들도록 님의 그림자조차 만나지 못했습니다.
사랑과 미움의 연민 저주의 태양 아래서
가면놀이 하듯 맴돌며 딴청을 부렸습니다.
미움의 소용돌이 등을 떠미는
님의 새벽 창가에도 하현달이 걸리나요.

마주 볼 수 없는 해와 달의 하루는 애달프기만 합니다.
먼 님의 기슭에 부엉새 울고요
가을 구절초가 피었습니다.
편지 한 통이 마지막 인사말을 찾지 못하여
지우고 다시 쓰다 잠을 청합니다.

가면의 가면과의 싸움 뒤에는
해지근한 조선의 병정의 주검과 같은
콩밭에는 흑비둘기 날고요
도토리 깍지에 편지가 쌓입니다.
수수밭 두런거리는 긴 그림자
달 빛 이고 문풍지에 장닭이 울더니
허연 서리 마당에
알몸으로 대추가 떨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