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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김춘만]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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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9회 작성일 05-04-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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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보릿고개만 알지
누가 이 고개 아는가.

저 고개 넘어가긴 쉬워도
저 고개 넘어오긴 힘들다네.

누구는 넘어가서 돌아오지 않고
누구는 용케도 넘어와서 주저앉았다네.

쑥부쟁이 무성한 언덕을
골골거리며 하루에 한 번씩
넘나들던 아비는
기어코 고개를 아주 넘고 말았네.

올려다보면 만만한 저 고개
넘나들자면 그리 못할 것도 없겠건만
오라는 사람은 아니 오고
쉬엄쉬엄 바람이 머물다 가고
한 여름 쑥 냄새만 어슬렁거리며 내려오네.

누구네 동네라 할 것도 없이
우리네 마을에는 저런 고개 많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