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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김영섭]알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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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2회 작성일 05-04-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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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밑에 집 일곱 식구 흩어진
고향 집 터 홀로 지키는 밤나무들은
어릴 적 아버지 손에 이끌려 심었다
우리 아버지 제일 크다고 보이는 알밤을 보면
조건 없이 한 되 퍼 주고라도 바꾸어 모으셨다.
후미진 복 궁뎅이 마른 솔잎에 쌓아 묻었다가
잘 썩은 외양간 두엄과 초가 지붕 개초한 이엉을 반반 내고는
밭고랑 깊이 갈아
온전한 밤톨만 가려
잿물에 불리었다가 심으셨다.

매일 둘러보지만 유묘는 삼 년은 넘어서야 제 구실을 했다.
몇 아름의 고목 밭 그늘을 덮고
연년이 매 들어 새끼를 놓아 떠나고 나면
알 밤 투덕투덕 널리는 산밑에 집
줍는 계집과 사내 없고
청솔모 다람쥐들이 추수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