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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김춘만] 참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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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989회 작성일 05-04-0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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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복



그 작은 것들이 큰 파도에 견디면서
살아가는걸 보며
나는 깨우친다.

수 십 개 이빨이 돋아
미역이나 다시마를 뜯어먹고
살아 갈 때쯤 되어 참 전복은
야행성의 본능으로 조금씩 움직인다.
수온의 변화에 맞춰
조금 더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그 속이 좋다 싶으면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은밀한 곳에서
평생을 살 궁리를 하기도 한다.

그 참전복이 내장 은밀한 곳에서
무더기로 살아간다.

그곳에 틀을 잡고
어떤 파도에도 떨어지지 않고
펄럭거리는 미역 잎 갉는 소리를
바다도 잠든 밤에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