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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1998년 [시-장승진]우린 참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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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4회 작성일 05-03-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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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멍청한
“북한이란 나라는 어디쯤에 있나요?”
“거기 사람들 영어 쓰나요?”
질문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다고
그것만도 어디냐고 부픈 가슴 위로
잠수정이 들어오고
총을 멘 군인들의 시체가 떠올랐다

“그 사람들 같은 민족 맞어?”
“굶어 죽는다는 말 맞아?”

고향 가고 싶어서 흘린 눈물이
이젠 잠잠한 저 바닷물 되었는데
한숨이 무너져 바람이 되고
그 바람 밤마다 파도와 울었는데
미련한 사람아, 오십 년이구나
내 동무들 목이 멘 채 하나 둘 죽어간다

이념도 모르고 정치도 모른다만
부모형제 오직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데
미련한 사람아, 억장이 무너진다

고향을 기억하는 우리가 다 죽고
경제만 따지는 아이들이 자라난 뒤
통일이 무슨 의미가 있으랴

“코리안들 한 민족 같은 말 쓴다죠?
다른 나라 때문에 갈라진 피해자라던데
왜 아직 가족끼리 연락마저 못하는거죠?”

미련한 사람들아
아무리 생각해도 우린 참 바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