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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권정남]옥수수가 익어 가는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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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66회 작성일 05-04-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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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익어 가는 들판에서
출렁이는 물살을 본다
바람이 햇살 밟고 겅중거리며 지나간 자리
옥수수는 몸 꺾으며
세상 밖으로 밭 두렁 밖으로
파도 타듯 사정없이 밀려나가다가
옆얼굴 가린 채 서걱거리며
푸른 물살 되어 다시 일어선다
가을볕에 담금질하고 서있던
내 허무 하나가 잘 여문 볕이 된다
통통하게 박힌 씨앗이 된다
나를 바라보는 단단한 눈동자이다
노을이 밭 두렁 가를 몰래 다녀간 후
수염은 더욱 붉게 물들어가고
푸르름으로 웃자라던 내가
출렁이며 그 아래 서 있다
옥수수가 익어 가는 들판에서
밭머리를 휩싸고 들던
바람은
세상 비워내기에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