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호2001년 [시-권정남]열리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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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는 열리지 않은 것들이 있습니다.
열어보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내 관심밖에 있던 것들입니다.
한 번도 펼쳐보지 않는 시집들과
문갑 위 열지 않는 몇 개의 양주병
선물로 받은 독일제 만년필…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빈 컵들
원시의 늪처럼 닫혀 있는 그대 마음
그런 것들이 무관심 한 듯 하면서
나를 지켜보는 소중한 눈빛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열릴 듯 닫혀있는 것들에 대한 기다림
어쩌면 내 삶의 껍질이 벗겨질 즈음
나와 내가 마주 앉은 시간에
피륙을 벗겨내 듯
이 세상 열리지 않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분갑 위의 양주병을 따고
빈 잔에 찰랑거리는 고독을 채워놓고
내가 나를 위해 건배를 올리다가
열리지 않는 것들을 열어놓게 하고는
독일제 만년필로 무한정 푸른빛 시를 쓰다가
그러다가
평생을 두고 사랑하는 이의
마음은 끝내 열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
열어보기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내 관심밖에 있던 것들입니다.
한 번도 펼쳐보지 않는 시집들과
문갑 위 열지 않는 몇 개의 양주병
선물로 받은 독일제 만년필…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빈 컵들
원시의 늪처럼 닫혀 있는 그대 마음
그런 것들이 무관심 한 듯 하면서
나를 지켜보는 소중한 눈빛으로
내 마음속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열릴 듯 닫혀있는 것들에 대한 기다림
어쩌면 내 삶의 껍질이 벗겨질 즈음
나와 내가 마주 앉은 시간에
피륙을 벗겨내 듯
이 세상 열리지 않는 모든 것들을 위하여
분갑 위의 양주병을 따고
빈 잔에 찰랑거리는 고독을 채워놓고
내가 나를 위해 건배를 올리다가
열리지 않는 것들을 열어놓게 하고는
독일제 만년필로 무한정 푸른빛 시를 쓰다가
그러다가
평생을 두고 사랑하는 이의
마음은 끝내 열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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