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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권정남]누워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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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37회 작성일 05-04-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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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세상 일 접어 두고 누워있기
내 성찰의 긴 시간
뻐근한 하늘이 해 종일 창밖에 걸려있다

목발 짚은 바람이 나를 덮쳤다
내 삶의 중심을 받쳐주던 흰 뼈가
필름 속에 투명하게 비쳐지고
금이 간 세상 모든 것들은
흔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기침을 하면 등뼈가 울린다
내 일상의 무게를 한 겹씩 들어올리면
종종걸음 치던 지난 시간들이 욱신거려온다

종이 접듯 바쁜 세상일 잠시 접어두고
누워있기
창 밖 하늘만 원 없이 바라보기
삶의 지름길에선 돌아가라
느리게 가라
마른 장미송이들이 벽에 걸려
저희끼리 바스락거리는 밤
누워있는 동안
그해 가을과 겨울은 흔적 없이 지나가 버렸고

고통도 참으면 진주가 된다는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