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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2001년 [시-권정남]내 등에 무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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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42회 작성일 05-04-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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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에 무언가 있다.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것
옷을 걷고 거울을 보면 맨 살 뿐이다.
때로는 누군가 풀먹인 광목을
등 이 끝에서 저 끝까지
세차게 당기고 있는 것 같다

사람 사는 세상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이만한 아픔 하나쯤 갖지 않은 이 어디 있는가

그날 밤 구급차에 실려질 때
내 삶에 멍에 같은 것이 함께 실려 졌다.
그때 이후
내 등에는 분명 무언가 있다.
볼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빳빳한 광목을 당기는 듯
허리 위 돌멩이 같은 것이
내려질 듯 내려지지 않는
분명 수수께끼 같은 그런 것들 때문에
내 삶이 정수리에서 발목까지 침이 꽂힌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