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1호2001년 [시-권정남]문고리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08회 작성일 05-04-04 12:08

본문

언제나 내 앞에는 흑갈색 육중한 문고리가 있습니다.
창호지에 비친 완자무늬가 아름답게 나를 유혹해도
나는 조심스럽게 만지기만 합니다.
때론 방안의 그림자가 나를 설레게 해도
그저 문고리를 달그락거리다가 돌아오곤 합니다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잡았다가 놓습니다.
그 육중한 문고리가 언제부터인가
내 가슴에 매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우 문고리에 손이 쩍쩍 얼어붙는
사연하나 만들고 싶습니다
그 사연이 밤낮 자석이 되어 나를 당긴다 해도
힘들어하지 않을 겁니다
완자무늬 창호지에 매달린 흑갈색 문고리와 그 그림자를
가슴에 달고 있습니다
아마 평생 못 열고 들어갈 문인지 모릅니다
화석처럼 그 앞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오래오래 행복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