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호2000년 [시-김종헌] 아버지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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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밥상
작년 이맘때
팔순의 나이에도
아버지는 이빨로 소주병을 따고
토종닭 한 마리를 뼈 채 아작아작 씹으셨다.
오늘 아버지는
차례 지낸 푸짐한 밥상을
따로 한 채
국물김치 한보시기에
공기밥 하나 말아
어머니가 두 시간 내내 살 발라낸
게장국물 뜨시면서
힘겹게 밥알을 삼키신다.
혹덩어리 식도에 걸린
밥알들이 반은 재채기로 쏟아져도
어머니의 안쓰러운 눈초리가 걸려
그만 드시겠다는 말씀도 못하시고
컥컥대며 또 한술 억지로 뜨신다.
두 시간의 힘겨운 씨름이 끝나고
아버지의 밥상이 물려진 후
우리도 밥 먹자
어머니의 채근으로 드는 밥숟가락이
오늘은 너무 무겁다.
작년 이맘때
팔순의 나이에도
아버지는 이빨로 소주병을 따고
토종닭 한 마리를 뼈 채 아작아작 씹으셨다.
오늘 아버지는
차례 지낸 푸짐한 밥상을
따로 한 채
국물김치 한보시기에
공기밥 하나 말아
어머니가 두 시간 내내 살 발라낸
게장국물 뜨시면서
힘겹게 밥알을 삼키신다.
혹덩어리 식도에 걸린
밥알들이 반은 재채기로 쏟아져도
어머니의 안쓰러운 눈초리가 걸려
그만 드시겠다는 말씀도 못하시고
컥컥대며 또 한술 억지로 뜨신다.
두 시간의 힘겨운 씨름이 끝나고
아버지의 밥상이 물려진 후
우리도 밥 먹자
어머니의 채근으로 드는 밥숟가락이
오늘은 너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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