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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김영섭] 개구리의 철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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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9회 작성일 05-04-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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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의 철학 3



비 개인 여름날 으스름에 문자들 가물거리면
청개구리 날렵하게 유리창을 오르고
왕거미는 즈믄 가업의 잔영(殘影)으로
현란하거나 되바라지지 않은 카페를 짓는다.

끈적한 혓바닥이 떡금떡금 핥아가고
잠자리 풍뎅이 쓰람 매미의 보쌈을 놓는
먹이사슬의 전선에는 포성이 들리지 않는다
야생 동물들은 건널목이 없다.
寂寥의 새벽
붉은 회초리 달려와 복비를 챙기고
삐아-악 으응급 응-급
꼬리를 내린 경광등이 먼저 사라진다

유리창 밖은 투명하게 보이지만
한지 바른 밖의 세상이 선하게 더 잘 보이는
할아버지의 엽연초 향기
다락논배미 물꼬를 감돌아
곰방대 두드리는 둔덕에
해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