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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권정남] 주운 열쇠 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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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9회 작성일 05-04-0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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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운 열쇠 꾸러미



누군가가 잃어버린 열쇠 꾸러미를
내가 주웠다.
다섯 개의 크고 작은 열쇠와 인감도장
호루라기까지 차례로 매달려 있다.
잃어버린 사람이 누구일까?
답답한 시간이 스티커 사진과 함께 붙어 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호루라기를 세게 불어 보지만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사진 속 얼굴만
나를 쳐다보고 하르르 하르르 웃고 있다.
열쇠꾸러미를 잃어버린 그 사람
현관 밖에서 승용차 앞에서
닫혀진 사무실 서랍, 은행 창구 앞에서
까마득 까마득 세상 밖으로 사람 틈으로
파도처럼 밀려나고 있겠지
닫혀있으므로 비로소
열려있음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나는 요즘
내 마음 속 열쇠 꾸러미를 잃어 버렸다.
나를 잃어버린 내가
마음 밖에서 종일을 서성거리고 있다.
순간 누군가 잃어 버린 내 열쇠 꾸러미를 주워서
내 마음 속 문을 열고
비밀스레 들어와
자세히 나를 들여다 보고 있음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