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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시-권정남] 산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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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76회 작성일 05-04-0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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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불



사월 황사 바람이 백두대간을 태우고 있다.
이십 년 키워진 소나무들이 불길에 휩싸이며
제풀에 넘어지고 송이 산이 타고있다.
묘지가 불에 타고 진달래꽃 입술에 붙은 불이
마을로 내려와 개나리 울타리에 옮겨 붙었다.
검은 연기가 마을을 뒤덮고
눈 밑을 꺼멓게 그을린 소가
논으로 달아난다
집을 태운 사람들이 밭 두렁에 앉아
불꽃같은 울음을 토하고
황사 바람 끝에서
날름거리던 붉은 혓바닥이
숲을 태우고, 마을을 태우고,
사람들 가슴을 태우다가
밤하늘까지 태우고 있다.
산에 살던 딱따구리, 산 꿩, 토끼, 다람쥐, 오소리가
다리를 절며 숲을 빠져 나오고
새싹이 올라오는 삶의 터전
화기 쏘인 자리마다
그들 쓰린 상처가 밤마다
화끈거리며 부어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