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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2000년 [초대작가-황금찬]바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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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24회 작성일 05-04-05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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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년시절
가을 바닷가에서
한 소녀를 만났었다.
그때 그는 조가비 껍질로
바닷물을 퍼내고 있었다
큰 항아리만큼 모래를 파 놓고
그곳에 조가비의 물을 담고 있었다.
"왜 조가비로 물을 푸시오"
이 모래 항아리에다
물을 채우기 위해서입니다.
그 조가비의 바가지로
"모래 항아리에 물을 채울 수 있을까요"
중단하지 않고 계속한다면
그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어느 추억같이 잊고 지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세월
사흘전이다.
그 바닷가에서 한 노파를 만났다.
아직도 조가비의 바가지로
바다를 퍼 모래항아리를
채우고 있었다
모래항아리에는
물이 넘치도록 차 있었다
"채웠군요"
"예"
그날 전까지 마주 채울겁니다.
"무슨 재주로 그렇게"

사랑의 꽃잎으로
모래틈을 다 막았습니다.
노파는 낙엽처럼 웃고 있었다.
내 모습도
저 바다의 노파처럼
구름빛으로 변했으리라 노파는
내게
낡은 거울 한 개를
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