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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최재순]고래 한 마리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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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43회 작성일 05-04-0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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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내 살던 집엔
고래 한 마리 있었네
서투른 솜씨로 바른 불룩한 흙벽,
쥐오줌 얼룩의 천장,
채워지기를 기다리던 나무광
눅눅한 여름이면
모기떼에 뜯기면서도
마당잠을 즐기던 그 집에
고래 한 마리 살았네
우기의 나날이면 가끔씩
불기 한 모금 빨아들이고는
또다시 잠들던 방고래
나는 보았네, 불길이 안들인다며
구들장 뜯어내던 날
꽉꽉 막힌 그의 가슴을,
동맥경화에 찌들린 그의 몸
내가 따스함에 취해 잠드는 사이에
등 밑에서 끙끙 앓았을
고래의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