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9호1999년 [시-최재순]석탄 박물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34회 작성일 05-04-05 21:57

본문

세상 참 좋아졌다
이마에 탐조등 달지 않고도
갱에 들어간다, 체험갱도
막장 속 불을 캐내던 이들
소리소문없이 떠나버리고
마네킹이 대신 그들 옷 입고
박물관 지하에서 탄을 캐고 있다
스피커는 그이들의 숨소리,
탄광의 울림까지 재현해내지만
땀방울 흐르는 뜨거운 하루라고는 없는 그곳

빛바랜 부장품들이
너무나 밝은 불빛 아래 얄미울 만큼
정결하게 정돈되어 있는
이 낯설은 풍경
세상은 이미 깊이를 알 수 없는 갱도라고,
온몸이 뻐근하도록 캐내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게 삶이라는 전언
회오리되어
마음의 결을 흔들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