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9호1999년 [시-장승진]엊저녁 노래방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16회 작성일 05-04-05 22:09

본문

몇 년만에 만난 동창들과
노래방엘 갔었지요
모두들 어려운 때라
술잔 기울이며 가슴 한 켠
그윽이 열어 건네 보고 싶었는데
누군가 노래방을 제안했고
서로들 그냥 노래만 불렀어요
이제 불혹(不惑)이 지났는데도
몸부림까지 치며 어쩌면 노래들을
진짜 가수들처럼 불렀어요
노래에 한이 된 사람들같이
혹은 다른 얘기가 끼어들 틈을 안 주려는 듯이
초등학생들처럼 빼곡히 둘러앉은 얼굴들 위로
싸구려 싸이키 조명이 돌았지요
녹슨 시간들이 부서져 금빛으로 내렸어요
잊자 잊자 오늘만은 잊어 버리자
누군가 불렀고 박수소리 들렸고
다들 철든 얼굴들을 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가슴이 뻐근해 왔는데
순전히 조명 탓이라 생각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