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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이화국]수녀의 멘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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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19회 작성일 05-04-0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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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치마자락에 빨간 장미
어린애 코피인지 모르지만
성령의 잉태였으면 좋을 걸
무화과 열매였으면 배부를 걸
한 분의 예수가 부족한 세상
더 많은 예수를 낳으셨으면 신날 걸
낡은 책장 속에는
“이새의 가지에 새 잎이 돋나니”
앵무새 입술이 노래하는데
#모세가 살던 그 시절 그 밤에
문설주에 바른 양피였더면
세상은 재앙을 피해 갈 수 있었을 걸
심판 없이 천국이 올 수도 있었을 걸
그 옛날
바벨론에 팔린 히브리 노예들
피눈물이 이제야 흘러내리는지 몰라
그 노예들 새 생명으로 태어나
다시 살았으면
그래서 환하게 웃어봤으면
시간이 유성처럼 날아가는 사이
피빛 장미는 할 일 없이 시들겠지
하염없이 꺾이겠지
뜨겁게 뜨겁게 불꽃처럼 붉게
다 피기 전 시드는 꽃
소원을 위해 기도를 먹으며
하늘 나라 올라가는
다리 난간에 핀 꽃
살(肉)로 빚은 꽃이라서
하느님 말고는 꺾지
못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