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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이화국]서툰 출발에 해는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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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87회 작성일 05-04-0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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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이 부른다
휘파람 입에 물고 정상을 향해
구두끈 매다보면
서툰 출발에 해는 지고
미완의 한 페이지는
서문만 남았다

등에 매단 배낭에서
도시락은 덜걱 거리고
장전한 밧데리 랜턴은
불 켜진 일 없고
먼 길 인도할 지팡이는
제 혼자 외로움에 말라가고

문은 열리지만
왜 닫히는 것일까

꽃과 열매 썩은 잎이
한 나무에 달리듯
웃음과 울음 한 입에 있는데

무엇을 해볼 거나
신나게 뛰어볼 양 폼 잡다 끝나는
토막진 시간 위에
벌써 누가
호각을 불어버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