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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이구재]미어지게 서글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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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98회 작성일 05-04-0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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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에 젖어
7층의 병실 밖은 막걸리 빛이다

개나리가 지고
잎이 짙어가는지

창가에 기대이면
시야에 들어오는 산과 들
멀리 바다까지 궁금해

그립고 아쉽고 뉘우침도 들어
그렇게 마냥
가는 봄을 바라본다

달 없는 들창으로
훈훈한 밤 바람
보라빛 수수꽃다리 향이 실려오는데

수갑찬 듯 양손에 주사 꽂고
약물에 취해 누운 반백의
갑년을 앞에 둔 얼굴

슬퍼 미어지게 서글픈
이 봄날
나는 감성을 잘라버리고

꽃이 피든지 꽃이 지든지
환자 보호자로서
끌어안은 무게를 놓을 수 없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