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9호1999년 [시-이구재]줄이는 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47회 작성일 05-04-06 09:36

본문

아직도 먼 줄만 알았었네
우리의 살아갈 날들이

모욕당하고 속임 당하고
억울하여 통곡하고 싶었던 젊은 날

그 긴 가시울을 겨우 빠져나와
삶이 조금씩 조용해 지려는데

어느날
캄캄한 벼랑 끝에 내몰렸네.

위암 말기의 낭떠러지에 매달린
그이를 내가 잡고
아이 둘이 잡고
목사님이 잡고 전 교인이 잡고
이웃이 잡고 형제가 잡고
그이를 아는 모든 이들이 잡고
놔 주지를 않았네

하나님께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수술도 못한다 한 뱃속을
기도로 열어보니 기적처럼
암세포는 얌전히 위 속에만 있었네
전이되지 않았네

의사들은 경이로워 했다네
수술 6시간 동안
가시울 보다 더 무섭고 험한
진흙탕 굴을 질주하여
참으로 슬플 겨를도 없이
여기에 이르렀네

재활용 가구 처치실 같은
회복실에서 그이가 눈을 떴네

아, 전능하신 하나님은
그이를 재활용 하시려 고쳐주셨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