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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서귀옥]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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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0회 작성일 05-04-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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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부둣가에 앉아 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내키는대로
이동시키며
몸을 말리고 있다
폐선은 아직 정박해있다

한때는 만선의 깃발
옆구리에 차고 귀항했던,
더러는 4-5미터 푹풍과 엉켜 앙금을 풀다가
선원 두엇 묻고 돌아오기도 했던
苦樂의 현장에.
쉽게 폐선을 들어낼 수야 없지
바다를 길들인 십 수 년
뿌리는 또 얼마나 단단할라고.
선체에서 흘러나온 폐유
노을 안고 뒹구는 저녁에도
낡은 배는 내튈듯 요동을 쳐댄다

먼 바다를 향해
항해의 돛을 올린 내 아버지의 선체
늦은 출항을 지켜보며
석양은 오를대로 물 오른 채
아버지의 배경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