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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서귀옥]중심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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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97회 작성일 05-04-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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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을 넓혀 먼 산을 보고 있자면
슬그머니 도벽이 도진다
탄력있는 질감으로 펼쳐진 설악의 산
한 가운데 쯤
여러 개 기암이 척척 붙어 벽화로 걸린
울산바위
가장자리를 뚝 잘라
내 정원에 들어 앉히고 싶은 생각이 든다
원근법이 주는 몽상적인 착시라고 해도 좋다
눈 앞에 한 동의 아파트가 있고
뒤로 베란다 창보다 작게 걸린 그것은
내 잣대에 꼭 맞게 걸려있다
이 기발한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고졸 이력이 전부인 채로
법원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도 지금처럼
신발끈을 조였던가
아직 나의 희망은 진행형이지만
언젠가 내 집을 방문했을 때
긁혀 흠집 투성이인 채로
정원 한 귀퉁이를 지키고 있는 울산바위를
방문객들은 보게 될 것이다
이 때도 물론 중심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언제나 세상의 기준은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