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9호1999년 [시-박명자]숲은 거울이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0회 작성일 05-04-06 09:42

본문

여름 한낮 솟구치는 숲앞에 한참 서성인다
잔잔히 흔들리는 내 마음곁 무늬
내 얼굴의 비지땀을 숲에 비취본다

신비주의자들은 녹음을 영원의 미소라 했다지만
내 한숨은 꼬리 흔들며 파충류처럼 사라진다

숲과 마주 서서 서로의 영혼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숲은 차라리 향기롭다
숲 건너편에 어떤 신비한 소리가 숨어산다

8월의 태양이 직각으로 숲에 내려 꽂힌다
폭죽처럼 온갖 초록이 일제히 터져 오른다

그 즈음 선 듯 뒤돌아보면 시간의 화살촉 한 개
유년의 언덕으로 반짝 반짝 날아간다

순간 나는 빛살처럼 녹음 속에 뛰어내려
익사하고 싶어진다
약속의 응어리를 모두 해체하고 싶다

증오처럼 외눈 뜨고 내다보는 달개비꽃 한 송이 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