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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박명자]동면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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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23회 작성일 05-04-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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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긴 겨울 내 내
전화 한 통 없다
편지 한 장 없다

깊은 그의 침묵은
사실 언 땅속에 주둥이를 묻은
파충류의 동면이나 다름없다

외연의 세계와 마침내 문 닫고
깊은 겨울잠에 빠진 사람

해질녘 캄캄한 숲처럼
발신음 조차 없다

그는 지금 얼음 세공 같던 감성의 가시를
어디에 감추었을까

무시로 솟구치던 열정의 날개를 어떤 모양새로
숨기었을까

그가 거느리는 고요의 반원만큼
열리지 않는 물음을 가지고
내 뜨락에 깊이 동면하는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