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1999년 [시-박명자]억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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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갑자기 뿌리 내리는 잡초처럼
아무도 몰래 내 뜨락에 자리 잡는다
그러나 누구도 이 벅찬 한아름 가을을
거부할 수 없으리라
바람이 또 억새의 어깨를 밟고 지난다
사랑이란 어차피 한줄기 허허한 바람 같은 거라고
누군가 눈짓을 보내는 것 같다
가녀린 벌레 울음조차 이 밤에는
아픈 상채기로 다가 오고 있는데
무한 허공 떠돌던 바람도
이제는 귀소의 시각인가
발소리 죽이면서 산모퉁이를 돌아
제 몫을 가늠하는데 달빛은
억새 숲에 긴 은발을 자꾸 풀어 내린다
아무도 몰래 내 뜨락에 자리 잡는다
그러나 누구도 이 벅찬 한아름 가을을
거부할 수 없으리라
바람이 또 억새의 어깨를 밟고 지난다
사랑이란 어차피 한줄기 허허한 바람 같은 거라고
누군가 눈짓을 보내는 것 같다
가녀린 벌레 울음조차 이 밤에는
아픈 상채기로 다가 오고 있는데
무한 허공 떠돌던 바람도
이제는 귀소의 시각인가
발소리 죽이면서 산모퉁이를 돌아
제 몫을 가늠하는데 달빛은
억새 숲에 긴 은발을 자꾸 풀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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