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29호1999년 [시-박명자]나무가 걸어가는 방법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95회 작성일 05-04-06 09:45

본문

그 나무는 이상하다
혼자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갈잎들이 도처에서 흩날리는 늦은녘까지
그는 강 기슭을 천천히 걸어갔다

억새들이 흰배를 뒤집으면서 엎드렸다가
다시 일어서는 강가를 혼자 걷는 나무

나름대로 사유의 언덕을 향하여
꾸준히 발자국을 옮기고
끝없이 이어지는 가을 숨소리

그리고 주머니에서 떨어지는 지폐처럼
가지끝에서 물든 잎새 몇장 날아내렸다

그리고 어두운 생의 골목으로
조그맣게 나무는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