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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김춘만]노인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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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21회 작성일 05-04-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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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 입원실에서
하얀 침대 위에서
하루 종일 시중 받는 호강이
맘 편치 못하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내 젓는구나.
잿불 화로처럼 뜨겁지도 않은
6인 병실 한 쪽에서
처지도 고만 고만한 살아온 얘기들
죽은 듯이 듣기만 하다가
흩어져 사는 자식들 오지말랬다며
손사래 휘휘 치더니
얼굴도 안 보이는 전화 한 통에
늘어졌던 호박줄이 물 머금은 듯
줄기를 타고
이 사람 저 사람 옮겨가며 꽃을 피우시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