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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1999년 [시-김춘만]헛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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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4회 작성일 05-04-0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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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혼자
이 어두컴컴한 헛간에서
매듭을 묶었을 게다.
내년에 쓸 석회질비료포대나
담 밑에 묻을 호박씨 같은 거
쓰다 남은 고추지줏대도
몇 번의 허리묶음을 당한 뒤
단단한 매듭으로 마무리 당해 꼼짝도 못했을 게다.

이 어둑어둑한 헛간에서
아버지의 매듭 속에서 몇 년을 지냈을
몇 종의 씨앗들과
씨앗의 기운을 돋궈줄 비료들과
그것들의 허리를 받춰 줄 지줏대를 풀어내면서
아주 가까이 있는 아버지의 손끝 힘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을
만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