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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권정남 시인 강원문학상 수상과 제 3시집 발간 소식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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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미숙
댓글 0건 조회 2,932회 작성일 08-08-2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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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시인님 제가 대신 퍼왔어요.^^ 사진은 없길래 제가 만들어 넣고...ㅎㅎㅎ


설악이 있는 시(時) - <2>

3.jpg

청호동 갯배 김종헌    


줄을 당긴다
내가 너에게로 가는 길

물 속 깊이 가라앉아
보이지 않는 줄을 당기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드러나는 너의 나의 질긴 인연  
가 보지 못한

너의 길을 걷기 위해
오래 걸어 왔던  

나의 길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저 깊은 뻘밭에

흘러간 시간들을 버리고
익지 않은 꿈도 버리고

나도 버려야 한다

가까워진 만큼
또 멀어지는 것들로

청호동 갯배  
오늘도 눈물 흘리고 있다

- 시작노트 -

속초 시내에서 청호동 아바이 마을로 건너가려면 갯배를 탄다.
청초호에서 동해바다로 나가는 물나들이목 양쪽에 쇠줄을 드리우고
네모난 나무배에 걸쳐진 줄을 당기면 조금씩 조금씩 건너편에 이른다.
빤히 건너다 보이는 북녘 고향땅을 휴전선이라는 인위적 장벽에 막혀 가지 못하는 것처럼,  
손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속초 시내를 청초호를 따라 빙 돌아가기엔 너무 멀다.
그래서 만들어진 갯배는 어쩌면 청호동에 처음 뿌리를 내린 실향민들에게는
고향으로 가는 꿈의 길을 상징할 수도 있다. 
 막힌 물길을 쉽게 건널 수 있도록 도와 주는 갯배를 타고 시내로 가며,
그들은 고향으로 가는 길을 그리워했을 것이다.  
그래서 갯배는 청호동 아바이 마을이라는 이름과 함께 늘 실향민의
애환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많은 시인들에게 노래 불려졌다.
그러나 나에겐 갯배를 타고 건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이별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때가 더 많았다.
새로운 길을 만나기 위해서 우리는 늘 두고 온 다른 길을 버려야 한다.
삶에서 하나를 얻는 것은 때론 하나를 잃어버리는 일이다.
그 갯배를 타고 갈 때 마다 가까워지는 이쪽 편만큼, 더 멀어져야만 하는
다른 건너편을 뒤돌아보면 나는 늘 조금씩 슬프다.
거기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있다 물속에 숨어 있다 당겨진 갯배 줄도
그래서 줄줄 눈물을 흘리나 보다.


·1955년생
.2001년 계간 ‘문학마을’ 로 등단
·속초문협 감사
·설악문우회(갈뫼동인) 사무국장
·‘어린이 책 읽는 어른 모임’  회장
·아야진초등학교 교사  

--  8/19일자 설악 신문에서 발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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