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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는 김에 김춘만 선생님 것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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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미숙
댓글 1건 조회 2,870회 작성일 08-08-2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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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이 있는 시(詩) - <1>

    
*이번 호부터 우리 지역 시인들이 설악을 소재로 노래한 시들을 선정해 싣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葬地에서  

                 김춘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막이 내리고 있었다.  

함경도 학성 학남 사람들의 공동묘지가
강원도 속초 장사동으로 떠내려왔다.

그 언제련가.
한 번 닫힌 땅문은 까닭 없이
열리지 않는 빗장 지른 세월

어쩌다 생면부지 이곳에 밀려와
퍼렇게 얼어버린 손등 위에

속절없이
펑펑 눈물 같은 눈은 내리는데

왜 이리 안개만 가득한가.
흐려진 시력을 문지르며

산허리 올라서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군데군데

저마다 말 꽃을 피우며
모닥불을 올리는데

그 위를 하얗게
재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시작 노트>

분단의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의 눈에는 실향민으로 평생을 살아가던 이웃들의 모습이 아프게 다가왔다. 그렇게 가슴에 한을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천인데도 세월은 멀쩡하게 반세기가 넘어가고 그분들이 고향을 지척에 두고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는 것을 볼 때마다 큰 죄를 짓고 살아가는 듯 했다.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지는 분들의 삶의 모습을 기록해 나가는 것이 이 땅에서 문학을 하는 나의 몫이라 생각되었다.  
실향민들의 공동묘지 속초 장사동에서 쓴 시가 ‘장지에서’였다.
겨울이었다.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은 어두운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운구 하는 사람들, 뒤따르는 조문객들 모두 말이 없었다. 함께 월남하여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이제 홀로된 미망인과 이 땅에서 홀로 살아가야 할 어린 딸을 남겨두고 그는 떠났다.
장지는 꽤 높은 산등성이에 마련되어 있었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했던가. 양지바르고 가까운 곳부터 채워지더니 이제는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터를 잡을 수 있었다. 조문객들은 모두가 친동기간 같던 고향 사람들. 한때는 서러워 소리치며 울기도 했으나. 이제는 눈물도 말랐는지 아니면 체념인지 모두 묵묵히 실향의 ‘한’을 묻고 있었다. 그 아픔 위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1988년 월간문학 시부문 등단
.시집 「산천어 눈빛 닮은 당신」외 1
.현 한국문인협회 속초 지부장
.현 설악문우회(갈뫼) 회장  
.현 오호초등학교 교감

---설악신문2008.07.21 [866호] / 2008.07.21 17:27 수정 ---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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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자님의 댓글

박명자 작성일

  오래전 기억속에 김춘만 시의 이미지로 각인된 이시는 곧 김춘만의 향기라고 할수 잇다.<br />
  실향민의 아픔과설음과 눈물이 가득히 고여 잇다. 삶의 이면에 그늘로 서 있는 어둠의 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