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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년 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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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명자
댓글 0건 조회 2,379회 작성일 03-01-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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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읽기>

癸未年 새 아침입니다

朴 明 子




癸未年 새해 새 아침 첫 태양이 발레리나처럼
가볍게 동해를 밀어 올렸습니다
마치 천지창조의 손길이듯 . . . .

먼산 잔설이 보이지만 겨울 나무들은 오늘 따라
힘찬 행진을 시작하네요

저는 어제의 허물을 고스란히 벗어두고 산수화 병풍 뒤에서
설날 아침 금박무늬 한복을 떨쳐 입었네요
눈빛나는 옥양목 버선도 신었죠

세파에 밀리면서 비굴하게 꺾였던 자존을 오늘 아침에는
헛기침 좀 하면서 속빈 수수깡처럼 세워 봅니다

이제 흩어진 정성을 모아 님 앞에 공손히 세배를 드리렵니다
텅빈 가슴 위에 동전처럼 덕담 하나 주십시오
「謹賀新年」이라고.

님의 메시지는 마른 장작개비처럼 타올라 온 몸 피를 데우고
정념으로 꺼지지 않는 모닥불이게 하십시오




그것은 다시 한 해의 땀으로
끈끈이 풀처럼 모질게 이어지는 삶이게 하소서

설날아침 그러나 “복”이라는 말은 아예 거두어 주십시오
한해의 바람 속을 구비구비 헤쳐가는 슬기의 에너지만 주세요

슬픔도 아픔도 찬물처럼 마시면서 벼랑길을 걷겠습니다
두더지처럼 주둥이를 땅에 끌던 지난날이 아니라

순백의 순결 서설 같은 입성으로
양처럼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더라도
한해의 외나무다리를 비틀거리지 않고 곧장 건너게 해주십시오

癸未年 새해 새 아침 님 앞에 세배를 드립니다
덕담하나 주십시오
「謹賀新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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