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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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전숙
서울 사는 딸네 갔더니
잘난 우리 사위가 속곳 바람으로
안방 건넌방 거실을 하 싸돌아다니기에
보는 장모 눈이 남세스러워서 슬그머니 빠져 나왔제
밤늦은 시각에 만리타향에서 갈 데가 있남
아파트놀이터 서성거리다가 아들네로 길을 잡았어
택시에서 내렸더니 저녁을 놓친 뱃구레가 울기 시작하데
며늘애 귀찮게 않으려고
편의점에서 햇반 한 개 사들고 아들네로 들어갔어
화들짝한 며늘애에게 어여 자라고 손짓하고
렌지에 햇반을 돌려
한 숟가락 목구멍으로 퍼 넣는디
느닷없는 비가 오데
웬 굵은 장대비가 어찌나 펑펑 쏟아지는지
이녁 가슴이 햇반 속에 퐁당 빠져버렸당께
가슴이 네 발로 허우적거리는디
암만 혀도 건져낼 수가 있어야제
잡아채고 잡아채도
미꾸라지맹키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사는 일이 꼭
고향 개울에 이끼 낀 몽돌 위를 걷는 것 같드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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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판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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