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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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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정남
댓글 0건 조회 2,793회 작성일 13-01-1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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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전숙

 

 

서울 사는 딸네 갔더니

잘난 우리 사위가 속곳 바람으로

안방 건넌방 거실을 하 싸돌아다니기에

보는 장모 눈이 남세스러워서 슬그머니 빠져 나왔제

밤늦은 시각에 만리타향에서 갈 데가 있남

아파트놀이터 서성거리다가 아들네로 길을 잡았어

택시에서 내렸더니 저녁을 놓친 뱃구레가 울기 시작하데

며늘애 귀찮게 않으려고

편의점에서 햇반 한 개 사들고 아들네로 들어갔어

화들짝한 며늘애에게 어여 자라고 손짓하고

렌지에 햇반을 돌려

한 숟가락 목구멍으로 퍼 넣는디

느닷없는 비가 오데

웬 굵은 장대비가 어찌나 펑펑 쏟아지는지

이녁 가슴이 햇반 속에 퐁당 빠져버렸당께

가슴이 네 발로 허우적거리는디

암만 혀도 건져낼 수가 있어야제

잡아채고 잡아채도

미꾸라지맹키로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사는 일이 꼭

고향 개울에 이끼 낀 몽돌 위를 걷는 것 같드랑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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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판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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