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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초 시골살림 실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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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향숙
댓글 5건 조회 6,044회 작성일 13-02-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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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부엌 사진을 보니 나의 지난 날 신혼시절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스물일곱 살에 고성군 현내면 마달리 시골로 시집을 갔지요.

 

시집간 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할머니는 흙으로 된 부뚜막의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밥을 앉혀놓으시고

건너 편 이웃집에 잠간 다녀오신다고 밥을 보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솥이 조용 하길래 장작을 열심히 많이많이 넣으며

                          아궁이 앞의 작은 앉은뱅이 나무의자에 앉아서 

                 활활 잘 타오르는 불꽃을 즐겁게 바라보며 밥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갑자기 밥이 타는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나는 얼른 가마솥뚜껑을 열고 행주를 양 손에 들고 솥을 들어내는데

얘가 부뚜막에 꽉 끼어서 안 떨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부뚜막에 올라가서 자꾸만 타고 있는 가마솥을 있는 힘을 다 해 들어 올렸지요.

순간 나는 '할머니는 참 힘도 대단하시구나' 생각했습니다.

정말 있는 힘을 다 해서 솥을 뜯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

웬걸, 뜨거운 열기와 불티, 시커먼 연기가 내 얼굴로 화악! 덤벼 올라오는데,

솥을 겨우 부뚜막 위에 안전하게 올려놓고는

눈물, 콧물에다 재채기를 해 대며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멀리서 할머니가 보시고는 불이 난 줄 알고 놀라 뛰어오셔서는

타고 있던 장작들을 끌어내고 물을 끼얹으시며 겨우 사건 종료!

결혼 전에는 연탄이나 석유곤로에다만 밥을 해 먹다가

장작불을 처음 사용해보게 된 나에게 그 무시무시한 가마솥을 뜯어내던 사건은

아직도 가끔 남편과의 웃음보 터지는 얘기 거리가 되기도 한답니다.

 

또 한 가지,

- 왜 가마솥들은 한결같이 검은색이어야만 하는가-

고정관념을 깨자, 난 검은색이 싫다.

그래서 빨갛고 동그란 예쁜이비누를 수세미에 잔뜩 묻혀서

팔이 떨어져나가도록 박박박박 닦고 또 닦았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놀랍도록 은빛 눈부신 가마솥이 되긴.....했는데.

그 이후로는 얘가 자꾸만 녹이 슬어서 애를 먹다가 결국 들기름을 바르며

 솥을 다시 구워서 길을 들이는 고생을 해야만 했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이런 엉뚱한 손주며느리는 처음이라며 혀를 끌끌 차셨지요

신혼 초의 실수담을 말하자면 참 우습고 재밌는 일이 많았습니다.

나는 결국 농번기에 머리에 이고 새참을 나르지 못해 양 손으로 들고 나르

다 몸살이 자주 나는 바람에 시골생활 일 년 만에 마달리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애고,

이 아궁이 가마솥 사진 덕분에 내 신혼초의 빵점 시골살림 실력이 다 들통 나버렸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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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신혼의 새새댁이 기운도 세지 그 순수함이 미소짓게 합니다. <br />그때 그 시절  아름다운추억 ! 얼마나 적응하시기 힘드셨을까? <br />꽁트 한편 써 보세요. 제목 '검은 가마솥'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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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재순님의 댓글

채재순 작성일

웃음과 감동이 있는 이야기네요.<br />가마솥! 구수한 누릉지가 그리운 겨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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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님의 댓글

서미숙 작성일

사실 전 읽어도 뭔 말인지 잘모르겠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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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금희님의 댓글

노금희 작성일

저두 한참을 웃었습니다.<br />솥을 뜯어낼 생각을 하시다니... <br />오히려 남들이 하지못한 발상을 하신듯~~ㅎㅎㅎ<br />나른한 오후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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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님의 댓글

박성희 작성일

한 편의 수필입니다. 저도 모르게 큰소리로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