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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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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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굵은 뼈, 잔뼈, 가시도 없으며, 척추도 관절도 없습니다.
심장을 보호할 갈비뼈도 없어서 맑은 마음이 다 드러나 보입니다.
뼈가 없어서 누구하고도 버티어 맞서지 않습니다.
뼈대를 세우며 힘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누가 마셔도 목에 걸리지 않고 그의 뱃속에 들어가 흐릅니다.
누구를 만나도 껴안고 하나가 됩니다.
뼈대 자랑을 하며 제 출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높은 곳 출신일수록 맑고, 더욱 빨리 몸을 낮춥니다.
뼈도 없는 것이 마침내 온 땅을 차지하고 푸르게 출렁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물처럼 살아야 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잘안되지요.
세상에 둘러 보면 까슬까슬한 딱딱한 뼈가 너무 많지요 권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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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김향숙님의 댓글
김향숙 작성일아, 나는 <br />아마도 무수한 잔가시의<준치>이거나<br />해부학실 한 켠에 점잖게 서 있지도 못하고 <br />마른 뼈만 맞물려 돌아다니며 바람의 흐름이나 방해하는 <br />좌충우돌 <인체 뼈 구조상>인지도 모릅니다.<br />어떻게 하면, 언제 쯤, <br />이 뼈가 다 녹아져 물처럼 낮아지고 고요해 질까요.
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김향숙 시인님 이미 그렇게 살고 계시잖아요. 이 시 참 좋지요? 어떻게 발견의 눈빛으로 이런 시를 썼을까요?
이국화님의 댓글
이국화 작성일대단한 발견과 깨달음.<br />우리도 늘 만나고 있었는데 시를 못 건졌습니다.<br /><br />나이 들면서 몸에 있는 뼈와 가시를 빼느라고<br />나날이 아픕니다. <br /><br />하지만 언제 물같은 사람 될까요.<br />좋은 시 올려주시어 감사합니다.
노금희님의 댓글
노금희 작성일회장님 덕분에 좋은시 잘 읽었습니다<br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