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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 정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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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국화
댓글 1건 조회 6,494회 작성일 13-03-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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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정다혜 겨우내 저 혼자서만 웅크리고 살던 빈집 녹슬어버린 펌프는 녹슨 느낌표로 서 있다 안부를 묻지 않고 지내는 동안 우물가의 푸른 이끼들 누렇게 말라버렸다 오래되었거나, 잊어버린 저 문장부호들 읽기 힘든 낡은 세월의 문장이여 펌프에 마중물 먹이고 손잡이 잡고 누른다 처음 펜을 잡던 손의 설렘을 나는 기억한다 그렇다, 아름다운 첫 문장은 손이 먼저 아는 것 차가운 내 손에 피가 돌기 시작한다 꽃 피고 지고 다시 피는 사이 저도 꽃길 열고 싶었던 물의 침묵이 펌프 속에 갇힌 짐승처럼 괴성을 내지른다 아무도 받아 적을 수 없는 붉은 모음이 뻘건 녹물에 녹아 흘러나온다 땅속 깊은 곳의 말 다 쏟아내기 위해 내 마음에 묻힌 말 다 쏟아내기 위해 나는 더욱 힘껏 펌프질을 한다 갇혔던 슬픔이 다 쏟아져 나온 뒤 맑은 노래는 찾아올 것이다, 나는 지금 가장 맑은 물의 고백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시와 글벗카페 바로가기★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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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금희님의 댓글

노금희 작성일

맘속 깊은곳에 자리한 말들을 언제쯤 쏱아 낼 수 있을까요?<br />나의 고백을 기다려보겠습니다<br />즐감했습니다~~~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