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title03.gif

눈사람은 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 조 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김향숙
댓글 1건 조회 2,884회 작성일 13-03-21 17:08

본문

 

눈사람은 녹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조 원

  

나비를 보지 못했다

나비는 어디 있는가

 

여기는 온통 겨울이라서

뒹굴지 않으면 흩어지는 눈발이라서

나는 꽁꽁 언 눈사람이라서

 

전지전능한 장갑에게

묻는다. 검은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고

눈사람을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몸집을 더 크게 지어달라고

눈에 눈을 묻혀

냉각된 슬픔의 분말을 쌓고 쌓으면서

기도 올린다. 내 몸을 다지고 두드리는 손바닥에게

두 개의 단추 구멍 사이로

나비를 보게 해 달라고

 

그대는 알고 있을까

눈사람은 겨울이 만들어 낸 허상이란 걸

결빙의 마음으로 세상을 굴러도

결국 종말을 볼 수밖에 없는 사람

 

눈<雪>은 눈물로 존재할 수 있다

설경은 바다로 흘러갈 수 있다

그대는 왜,

슬픔의 성분으로 사람을 만들어

꽃을 가로막는가.

 

탁자에게서 나무를 빼내고

담벼락에게서 돌을 빼내고

결빙의 사람에게서 눈물을 빼내어

나, 무지로 돌아가고 싶네

 

그대 두 손으로

어설픈 설체<雪體>를 지으셨다면

내 황홀한 임종을 위해

나비를 만들어 오라

 

 

 

댓글목록

profile_image

권정남님의 댓글

권정남 작성일

가슴 서늘 해져옵니다. 외눈 박이 처럼 한쪽 보고 견뎌야  하는 결빙 된 허상의 슬픈 생에----<br />정말 좋은 시 잘 감상 했습니다. <br /><br />회원님들이나 독자님들께서도 혹여 좋은시를 만나시거든 게시판에 올려 주세요. 모두 함께 공감하며 감상 할수 있으면  행복이 바이러스처럼 모두에게 전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