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_title03.gif

'설악신문' 게재된 '청호동이 지워지고있다' /김종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권정남
댓글 3건 조회 3,428회 작성일 13-07-17 10:05

본문

7월 14일자 설악신문에 게재된 김종헌 지부장님 시입니다.

 

 발행일 : 2013.07.15 [1114호] / 2013.07.14 21:08 등록/수정    

 

<생각하기> 
 
  청호동이 지워지고 있다 

 김종헌 / 시인

 

 물길을 트느라
사람의 발길을 끊었다
아바이 마을의
새로운 38선

 

이제 더 이상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20분과 5분의 차
야경 사진의 멋진 배경이 된
두개의 철제 다리

 
잃은 것에 대해 누구도 말이 없었다

.
가을동화 은서네 집
1박 2일이 다녀간 집
입맛이 아닌 입소문을 팔고
삶이 아닌 드라마가 사는 곳


발뒤꿈치로 늘려서 팔던 말린 오징어를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고향을 잊지 않으려 던 이들과
그들의 삶을 나르던 갯배마저
편도 200원짜리 인증샷의 배경이 되어버린
오늘 저녁 무렵

 

청호동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시작노트
 

    청호동에 갔다. 

  신수로라는 이름으로 청호동 길이 휴전선처럼 두동강이 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두 개의 철제다리가 청호동 하늘을 가리우고 있다. 오랜 친구들이 살던 낡은 집들이 음식점으로 변해, 서로가 TV 프로그램에 나온 원조 음식점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배추가 가득 실린 리어카를 밀며 긴 허리띠 같던 청호동 길을 걸어 중앙시장으로 건너던 추억의 갯배는 이제 화려한 전등 불빛과 함께 관광객들의 인증샷 배경으로 그 역할이 바뀌었다.
   이제 청호동에는 실향민들의 상징이던 아바이 마을의 정취가 사라졌다.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다’라고 간단히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경제적 논리나 관광객 유치라는 이유도 좋다. 그러나 때론 변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때론 오래 된 것, 기억해야 해야 할 것도 다른 이들을 속초로 오고 싶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삶의 흔적이, 사람 사는 냄새가 다른 어디에서도 볼 수 없고, 오직 청호동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아바이 마을의 기억이 지워지고 있는 저녁무렵의 청호동하늘빛이 몹시 씁쓸하다.
 
김종헌


2001년 문학마을 시 등단
설악문우회 동인
현 속초문인협회 지부장
영랑초등학교 교감 


댓글목록

profile_image

김춘만님의 댓글

김춘만 작성일

청호동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시!

profile_image

galmoe님의 댓글

galmoe 작성일

어렵지 않고 마음에 닿는시!<br />감사히 읽었습니다.명선.

profile_image

노금희님의 댓글

노금희 작성일

홈피보다 설악신문에서 먼저 읽었습니다.<br />청호동에 대한 사랑이 누구보다 깊음을 시를 통해 봅니다